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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시평
 
작성일 : 14-09-23 11:47
2014년 퀴어문화축제의 경험, 성적 혐오의 조직화를 방관해서는 안 되는 이유
 글쓴이 : 나영
조회 : 492  

진보평론 61호(2014년 가을) 정세  

2014년 퀴어문화축제의 경험, 성적 혐오의 조직화를 방관해서는 안 되는 이유



나 영 _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GP 네트워크 팀장



매년 5월 말-6월 초쯤이 되면 일 년에 단 하루, 성소수자들이 거리에 나와 퍼레이드를 하는 행사가 진행된다. 올해로 15회 째를 맞이한 이 퍼레이드는 퍼레이드 외에도 영화제, 전시회, 토론회 등이 어우러진 퀴어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퀴어라는 용어는커녕, ‘동성애자라는 용어조차 아직 낯설던 2000, 소수의 성소수자들이 모여 조촐하게 시작한 축제이지만 이제는 전 세계에서 참여자들이 모여들 정도로 큰 규모의 행사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으리라는 사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매년 장소 확보를 위해 구청과 경찰 뿐 아니라 행사 장소 주변의 기업, 상인들에게도 협조를 구해야 하고, 퍼레이드 도중에는 신기하게 바라보며 인사를 하는 시민들도 많았지만 손가락질을 하면서 모욕적인 말들을 하는 시민들과도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조직적인 방해가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올해, 신촌에서 열린 퀴어 퍼레이드는 행사 시작 전부터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기도회와 피켓 시위, 방해 행사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그들은 대한민국 어버이연합등과 함께 퍼레이드가 시작되자마자 막무가내로 행렬을 가로막고 드러누워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4시간이 넘도록 길 위에서 이들과 대치를 해야 했다. 서울이 끝이 아니었다. 대구에서도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퀴어 퍼레이드가 똑같은 상황을 겪었다. 대구에서는 퍼레이드 선두 차량 아래에 압정을 깔아놓기까지 했다.

극단적인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혐오 행동이 점점 조직화되고 과격해지고 있다. 이들은 김조광수·김승환 커플 결혼식에서는 똥물을 투척하고, 성북구청 주민인권선언문 발표 행사장에서는 난동을 부리며 행사를 방해해 결국 행사가 중단되게 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와 같은 조직적인 행동이 단지 동성애 반대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기독교 근본주의와 선민사상을 근간으로 대한민국을 성시화(聖市化)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이 목표를 위해 어버이연합 등의 보수 세력과 연대한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 보수는 이미 뉴라이트의 핵심 세력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든든한 물질적, 정치적 기반이 되고 있다. 최근 나타나는 보수 기독교의 동성애 혐오 행동의 맥락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한편, 이런 일들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구청과 시청, 주요 행정부처 등의 공공기관들과 정치인들마저도 이들의 눈치를 보거나 이에 편승함으로써 혐오와 차별을 제지해야 하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

이 글에서는 올해 서울과 대구에서 열린 퀴어 문화축제를 둘러싼 상황과 그 배경이 되는 맥락을 짚어보고자 한다.

 

서울과 대구 퀴어퍼레이드에서 벌어진 조직화된 혐오와 폭력적인 행사 방해

원래 올해 퀴어퍼레이드는 신촌번영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 장소를 확보하고, 집회신고는 물론 서대문구청에서의 행사 승인도 받아 준비된 행사였다. 그러나 행사를 불과 2주 앞두고 서대문구청이 돌연 행사 승인을 취소했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의 국가적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고, 퀴어 문화축제는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참사 이후 대규모 야외 행사들이 취소되는 일들이 있었으나 이 때 쯤에는 이미 서울재즈페스티벌이 개최되었고, ‘그린플러그드 서울도 예정대로 개최될 예정이었다. 심지어 퀴어퍼레이드가 열릴 예정이었던 67일은 서대문구청에서 주최하는 우리동네음악회도 연세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따라서 세월호 때문이라는 이유는 변명에 불과했다. 사실은 서대문구청에서 퍼레이드 행사 승인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조직적으로 항의전화를 해서 압력에 못 이겨 취소를 한 것이다. 더구나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던 터였다. 서대문구청의 이와 같은 결정에 대해 성소수자, 시민단체들의 항의 성명과 퀴어문화축제를 지지하는 서대문구민 및 시민의 연명, 다른 기독교계의 지지 성명이 연이어 발표되었지만 서대문구청은 결국 취소를 번복하지 않았다.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서대문구가 2011년 인권조례를 제정하여 구 차원의 인권위원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65, 서대문구 인권위원회는 서대문구청장에게 퀴어 문화축제의 진행을 보장하고, 앞으로 성소수자임을 이유로 한 행사불승인 등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는 결정문을 냈지만, 서대문구청장은 서대문구 인권위원회의 권고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구청의 이러한 태도는 비단 서대문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포구청의 경우 지난 해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에서 열린 퀴어 문화축제 행사 이후 보수 기독교계와 일부 주민들의 항의가 있자 자신들은 행사를 승인한 바가 없다며 발뺌을 했고, 같은 해 10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커밍아웃 문화제개최를 위해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의 나무무대 사용을 신청하자 주민화합에 지장을 초래하고 주민갈등만 유발할 것이 확실하다며 승인을 거부했다. 대구광역시 시설관리공단 역시 대구 퀴어 문화축제 측의 2·28 기념공원 청소년광장 대여요청을 거부했다. 모두에게 열려야 할 공적 공간들에 대해 성소수자 행사라는 이유로 사용 승인이 거부되고 있는 것은 공공기관이 직접 심각한 차별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15회 퀴어 문화축제는 예정대로 67, 신촌 연세로에서 긴장 속에 시작되었다. 예수재단, 에스더기도운동, 홀리라이프, 신촌동성애반대청년연대 등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전날 저녁 8시부터 밤샘 시위를 하고, 당일 오전부터 축제 무대가 예정된 공간에서 기도회를 열면서 무대 설치를 방해했다. 그리고 퀴어 문화축제 본 행사가 시작되는 시간에 맞추어 오후 2시부터는 퀴어 퍼레이드의 행진 경로인 창천교회 앞 쪽에 무대를 쌓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콘서트를 열었다. 또한 퀴어 퍼레이드를 막기 위해 온 것은 보수 기독교 단체들만이 아니었다. 퍼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었던 오후 4시경부터는 어버이연합이 행진 경로를 막고 동성애 빤스 퍼레이드 반대 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결국 퍼레이드는 예정 경로인 창천교회 쪽으로는 세월호 추모 문화제를 가장한 퀴어 퍼레이드 반대 집회에 막히고, 우회하여 진입한 신촌역 쪽 방향에서는 초입부터 어버이연합 및 퍼레이드 시작과 동시에 몰려온 보수 기독교 단체들에 의해 막혀 행진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이들은 퍼레이드 선두에 있던 수레 아래로 들어가 마치 깔린 것처럼 의도적으로 상황을 연출하고 구급차까지 불렀다. 이들이 맞은편에서 ~~~!”을 연호하며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도회와 연좌시위를 하는 동안 경찰은 이들을 사실상 방치했다. 퀴어문화축제는 집회신고가 된 행사이고 그들의 시위는 이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기 위한 행위이기에 이런 일을 우려한 주최 측이 수 주 전부터 보호 요청을 했음에도 경찰은 경고방송만 아홉 번을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은 한 번씩 사람들을 끌어내기는 했으나 사실상 그보다는 퀴어 문화축제 주최 측과 행사를 방해하고 있는 측과의 중재를 시도하는 데에 더 집중했다.

장장 4시간에 걸쳐 행렬의 맨 앞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 또 다른 곳에서는 이들이 축제 참가자들을 향해 막말과 저주, 혐오발언을 쏟아내고 있었다. 참가자들에게 물통을 던지는 일도 다반사였고, 심지어 한 참가자는 뺨을 맞기도 했다. 이런 폭력이 오가는 와중에도 경찰은 반대 시위 주최 측에서 퍼레이드 차량을 빼면 비키겠다고 했다는 말을 협상안으로 전달하며 양보를 요구했다. 그러나 축제 기획단에서는 퍼레이드가 좀 더 지연되는 한이 있더라도 차량을 빼고 행진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퍼레이드의 차량은 축제 참가자들의 자존감을 대변하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 차량 위에서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춤을 추고 세상을 향한 소리를 내뱉으며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과 금기를 깨는 실천을 보여준다. 그런 차량을 반대 세력에 부딪혀 빼고 행진하게 된다는 건, 이 목소리를 함께 내기 위해 일 년을 기다려 온 참가자들의 마음을 무너뜨리고 퍼레이드에서마저 또 다시 눈에 띄지 말고 조용히 살 것을 요구하는 사회의 차별과 통제 앞에 무기력해지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밤 10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퍼레이드 행렬은 대치하던 곳에서 뒤를 돌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문화제를 끝낸 원래의 행진 코스 쪽을 향해 이동했다. 반대 시위를 하던 이들 중 일부는 이 사실을 알고 달려와 다시 행렬 앞을 막아섰고, 문화제 무대를 정리하던 연세로 쪽의 반대 단체 참가자들도 여기서 행진하게 두면 지금까지 이거 하면서 막은 거 말짱 도루묵이다라며 막아야 한다며 한바탕 소요가 있었지만 결국에는 이 길을 지나 차량 위에서 울려 퍼지는 신나는 음악과 외침에 함께 하며 신촌 일대를 행진하는 것으로 퍼레이드를 마칠 수 있었다.

이후 628일 열린 제6회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도 이들은 똑같은 방식으로 퍼레이드를 방해하려 했다. 전날 밤부터 행사 장소에 와서 기도회를 하고 퍼레이드 차량 앞을 막아서는 것은 물론, 심지어 차량 밑에 압정을 놓기까지 했다.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나마 대구에서는 경찰들이 서울에서 벌어졌던 상황들을 거울삼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반대 세력들을 차량 앞에서 끌어내고 이들이 행렬 앞쪽으로 달려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으나 행진 코스를 미리 파악하고 앞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은 결국 막지 못했다. 행진은 또 다시 막무가내로 기도하며 거리를 점거한 이들에게 가로막혔다. 하지만 대구에서는 정의당 차량이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었기에 바로 참가자들이 뒤를 돌아 다시 행진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이와 같은 조직적인 혐오와 폭력행위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73, 위력으로 집회신고 된 행사를 방해한 예수재단 임요한 대표와 에스더기도운동본부를 비롯한 회원들을 고소했다.

 

이들은 왜 동성애 혐오를 조직화하고 있나

올해 서울과 대구 퀴어퍼레이드에서 벌어진 일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조직화 된 혐오가 본격적으로 공공의 공간에서 집단적인 위력 행사를 통해 드러났다는 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와 같은 혐오 세력의 집단행동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러한 조직적 혐오 행위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며 이는 다시 다른 사회 집단에 대한 폭력적 혐오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조직적 혐오 행동은 2000년대 중후반 경부터 시작된 이주민/이주노동자, 여성, 민주/진보 진영에 대한 혐오와 낙인찍기의 조직화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례로 보수 기독교 단체들과 함께 이번 퀴어문화축제를 위력으로 방해한 어버이연합의 박완석 사무부총장이 과거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인종차별적 혐오를 조장하는 외국인 노동자대책 시민연대간사였다는 사실은 이러한 혐오 논리들이 연결되어 있는 지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2000년대 이후 사립학교법 개정, 차별금지법 제정, 학생인권조례를 비롯한 각종 지자체 차원의 인권조례 반대, 무상급식 반대, 진보 교육감 낙선운동 등을 주도하고 뉴라이트, 교과서포럼, 자유주의연대, 바른사회 시민회의 등의 보수 조직을 주도해 온 이들 역시 보수 기독교계를 주요한 기반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현재 움직이고 있는 주요 보수 기독교 단체들과 인물들만 연결해 보아도 쉽게 드러난다. 이미 잘 알려진 바대로 한국기독교총연합의 김진홍 목사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의 대표를 역임했으며, 세계성시화운동본부 명예총재이자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총재인 김삼환 목사, 기독교사회책임의 서경석 목사는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의 핵심 인사이다. 또한 국회조찬기도회의 회장인 황우여 의원은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의 서울지역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당선 이후 뉴라이트 인사들을 대거 주요 공직에 임명한 가운데 올해 5월 기독교유권자연맹의 공동대표인 김영일 목사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이사로 임명했다.

이들 보수 기독교 집단들이 보수 정치권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 되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첫째로는, 이들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현대사를 이승만, 박정희를 중심으로 서술하면서 개신교의 기여와 선민사상을 강조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하나님으로부터 선택받은 민족이며, 기독교가 독립과 건국에 기여했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명분으로 1948년 제헌국회 당시 이승만 박사가 이윤영 목사에게 기도를 요청하는 개회사로 대한민국 헌정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내세운다. 이와 같은 논리와 역사인식 하에서 한편으로 이들은 반공 이데올로기, 시장주의, 발전주의, 선진화를 강조하면서 이를 이루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애국주의와 선민사상을 동성애 반대와 연결시킨다. 동성애는 사회 혼란을 초래하고 대한민국의 가치를 뒤흔들며 사회 발전을 가로막음으로써 결국 북한이 침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는 식이다.

또 다른 이유는 보수 정치권을 지지하는 것이 이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금까지 보수 단체, 정치권과 함께 행동해 온 사립학교법, 차별금지법 반대, 교과서 수정 요구, 동성애/동성혼 반대의 배경에는 모두 개신교 사학재단의 운영권과 교권, 채플 의무화, 교회의 운영과 선교활동, 목회 활동, 교회 건물 및 재정 운영 등의 문제가 연결되어 있다.

마지막으로는, ‘신사도 운동이라는 종교적 목적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흐름이 있다. 앞서 언급했던 뉴라이트전국연합, 교과서포럼,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기독교유권자연맹 등은 모두 세계성시화운동본부선민네트워크등의 기독교 신사도운동 단체와 연관되어 있으며, 이는 다시 최근 퀴어문화축제의 조직적 방해를 비롯한 동성애 혐오 행동의 주요 세력인 에스더기도운동’, ‘예수재단’, ‘건강한 사회를 위한 국민연대’,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중독예방시민연대’, ‘홀리라이프등과 연관되어 있다. ‘신사도 운동은 소위 7권역(정부, 비즈니스-재정, 교육, 가정, 미디어, 예술, 스포츠, 종교)을 통치하여 대한민국의 성시화를 이루는 것, 예루살렘을 회복하는 것이 예수재림과 천년왕국이 도래하기 전의 사명이라며 이를 위해 대한민국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발전하도록 기독교인이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같은 맥락에서 대한민국이 선진화 된 자본주의 경제를 이룩하도록 하는 것이나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것 역시 대한민국의 발전과 기독교 발전, 북한 선교, 통일을 위한 대한민국 기독교인의 사명이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대한민국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건강한 가정, 건강한 사회를 이룩해야 하며 따라서 동성애, 동성혼 등을 제도적, 법적으로 허용해서는 안 되고, 미디어, 인터넷, 게임 등을 통한 음란문화를 척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이들은 국회조찬기도회, 국가조찬기도회와 연계하여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와 여당이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릴 때마다 외부에서 집단적 행동으로 여론을 조장하거나 사회적 관심을 분산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즉 이들의 행동은 표면적으로는 특정한 사회 집단에 대한 조직적 혐오로 드러나지만 실상은 이러한 행동들을 통해 보수 기독교와 반공 우파 집단, 보수 정치권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연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사회적 위기와 불안에 대한 대응으로서의 혐오의 조직화

한편, 이와 같은 일련의 흐름은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복음주의 보수 기독교 집단이 성에 대한 통제와 억압을 매개로 가족가치와 애국주의를 강조하며 미국 보수 정치권의 강력한 정치적, 재정적 지원 기반이 되었던 역사와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당시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정치적 위기와 68혁명 이후 확산된 성해방과 급진적 반문화 운동은 미국 보수주의가 지켜온 미국적 가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인식되었고 극심한 사회 혼란의 주범으로 낙인찍혔다. 존슨 행정부는 이와 같은 경제적 위기와 사회 혼란의 대응책으로 케네디 정부에서 시도하려다 실패했던 뉴 프론티어를 수정, 강화하여 빈곤 퇴치와 사회보장, 교육 진흥 등을 전면화하는 위대한 사회프로그램을 시행했으나 보수주의자들은 이 정책을 경제위기와 사회혼란에 대한 실패로 간주했다. 이들은 존슨의 위대한 사회정책들이 소수자의 권익을 앞세워 다수의 권리를 침해하였으며 국가권력의 무절제한 개입과 확장을 초래하였다고 비판했으며, 이러한 복지 정책은 미국의 기본적 도덕 원칙과 정치원칙에 부합하지 않다며 공교육 붕괴와 청소년 일탈, 사생아 문제, 알콜 및 마약 문제와 같은 사회 병리현상을 심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정치·사회적 배경 속에서 강력한 기독교적 윤리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적 보수주의와 정부 개입과 복지 프로그램의 최소화를 추구하는 경제적 자유주의가 결합된 뉴라이트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즉 이러한 사회적 흐름의 배경에는 경제 위기와 그에 따른 빈곤 계층의 불안, 그리고 변화를 향한 열망이 뒤섞여 자리하고 있었고, 아울러 이를 통제함으로써 정치권력을 재편하고자 하는 보수 세력의 욕망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 가족은 다양한 보수주의 사회 이슈들을 하나로 묶는 핵심 이데올로기로 자리잡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시기에 가족 가치의 강조를 통해 보수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내면서 레이건 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다이렉트 메일(direct mail)’의 리처드 비게리, ‘기독교연합(Christian Coalition)’의 팻 로버슨, ‘모랄 메조리티(Moral Majority)’의 제리 팰웰 등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대표들은 모두 신사도 운동에 영향을 미친 천년왕국 신봉자들이라는 사실이다.

"섹스 앤 더 처치"의 저자 캐시 루디는 세상의 종말이 올 때 진정하고 유일한 승자는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는 신실한 미국인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팻 로버슨을 비롯해, 이들은 전업주부 어머니, 순결한 성으로 돌아가야만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가족 캠페인은 미국의 구원뿐만 아니라 기독교 자신의 구원에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이 시기에 미국의 주와 지방 행정부는 성 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법을 통과시켰으며, 1977년 데이드 카운티에서는 동성애자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구하자라는 캠페인이 벌어졌고, 아동 포르노에 대한 보도가 급작스럽게 미디어를 휩쓸었다. 평등법 개정은 기각되었고, 낙태에 대한 새로운 제한을 강제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으며, ‘계획된 부부되기혹은 성교육과 같은 프로그램을 위한 펀딩은 대폭적으로 삭감되었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핵심적인 두 가지는 낙태 반대 운동과 동성애 반대 운동이었다.

낙태 반대 운동은 1980년대에 집중되었는데 여성의 최고 소명은 어머니라는 논리를 옹호했으며, 여성이 가정에 머무르며 자신의 본분을 지키게 하고 신성한 과업을 담당하게 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동성애 반대 운동에 집중되었다. 이들은 동성애자는 성행위를 국가가 승인한 결혼관계에 국한하지 않고, 합법적인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성애자들을 처음부터 문란한 사람들로 치부했다. 에이즈는 동성애자의 부도덕한 행실의 증거로 여겨졌으며, 동성애자들의 난잡함이 에이즈뿐만 아니라 강간, 살인, 낙태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동성애자가 학교에 몹시 위험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동성애자의 생활방식을 긍정하는 책이라면 어떤 책이라도학교에서 구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립학교의 교육과정에 성교육을 포함하는 것도 동성애 의제의 일부라며 반대했다.

이들의 이와 같은 활동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팻 로버슨은 1998년 공화당 예비경선에서 부시에게 패하자, 부시 선거 캠프와의 협상을 통해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 및 낙태 반대, 가족과 성서적 교육의 중요성 등 자신들의 강령과 인사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조직적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 2000년 선거에서 이들은 7천만 부에 달하는 유권자 지침서를 발행하여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미국에서의 이와 같은 흐름은 최근 한국에서 보수 기독교계와 반공 보수, 보수 정치권이 서로의 이해관계 속에 연계되어 움직이고 있는 경향과 매우 유사하다. 이에 대해 한편으로는 한국의 기독교계와 정치권을 비롯한 보수 진영 대부분이 미국 보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중요한 점은 그만큼 현재 한국 사회의 현실이 1960년대 후반 미국의 상황처럼, 1990년대 후반 이후의 본격적인 신자유주의적 변화들 속에서 극심한 사회 불안 속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보수 진영은 이 불안을 성소수자들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사회적 통제를 통해 몰아가고, 이를 통제할 세력으로 보수의 정치권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보수 기독교계는 이 과정을 통해 정치적, 경제적 이익과 종교적 사명에 대한 명분을 동시에 챙기고 신도들을 늘려 나간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한국 정부는 이러한 혐오를 드러내놓고 옹호할만한 입장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정치적 입장이 극명히 갈리지만 한국의 정치권은 보수든, 진보든 이러한 주제를 정치 담론이나 사회적 논쟁으로 감당할만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또한 한국 정치권은 내내 눈치만 보는 한이 있더라도 국제 인권규범의 영향을 무시할 수가 없는 위치에 있으며, 한편으로는 막대한 물질적 자원과 인적 동원력을 지닌 보수 기독교계에 밉보여서 좋을 일이 없다. 때문에 선거에서도 대부분의 후보들은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고, 법무부도 몇 년이 지나도록 차별금지법 제정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차별금지법안을 내놨다가 보수 기독교의 압력에 밀려 철회하기까지 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지자체는 말할 것도 없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조직화 된 혐오와 차별, 폭력 속에서 한국 사회는 이토록 무감각하고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무엇을 해야 할까

최근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 요구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한국 사회가 얼마나 극단으로 가고 있는지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한숨과 고민만 늘어난다. 45일째 단식을 하는 희생자 유가족을 두고 가정사를 파헤치고, 치킨을 먹으면서 단식을 조롱하며, 참사 직후 울분에 차 대통령에게 거친 말을 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하는 이들. 그에게 진정성을 보이려면 죽어라라고 말하는 이들이 버젓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비탄에 잠기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모든 일이 국정원의 김영오 씨 내사 정황과 인터넷을 통한 폭로 이후 폭발하듯 전개되고 있는 상황,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쓰면서 루머를 확대 재생산하는 보수 언론, 그리고 이를 바로 받아서 행동으로 옮기는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보수 집단의 행각이 소름이 끼칠 만큼 일체가 되어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이 와중에 퀴어퍼레이드를 폭력적으로 방해했던 예수재단 임요한 목사도 빠지지 않는다. 그는 유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에서 항의를 하던 날, 국회 정문 앞에서 세월호는 단순한 선박사고일 뿐이며, 특별법은 대한민국 국회의 무능과 무원칙을 상징하는 최악의 입법이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뿌리고 1인 시위를 했다.

김영오 씨의 단식에 대한 보수 진영의 비난 여론은 그가 이혼한 가정의 가장이며, ‘노동조합의 조합원이라는 사실을 공격의 주 무기로 삼는다.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소위 정상가족규범에서 벗어난 이들에 대한 혐오와 낙인찍기, 저항하는 이들에 대한 혐오(‘노동조합=빨갱이=사회 불안 조장 세력’)를 동원하여 참사로 사랑하는 딸을 잃고 목숨을 건 싸움을 하고 있는 그를 공격하는 것이다.

성별이분법과 이성애 중심주의, ‘정상가족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한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는 젠더 차별과 여성혐오, ‘정상규범을 벗어난 이들에 대한 혐오, 인종차별적 혐오와 맞닿으며, 이는 동시에 혐오에 맞선 사회적 투쟁을 통제하기 위한 저항하는 이들에 대한 혐오에 닿는다. 그리고 이 모든 혐오는 사회적 불안을 먹고 자라난다. 불안한 이들은 규범을 넘어서는 이들이 더 큰 불안을 초래할까 두려워하고, 권력은 이를 더욱 조장한다. 따라서 우리는 조직화된 혐오는 매우 정치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퀴어퍼레이드를 향한 혐오와 공격이 결국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주목해서 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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