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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자이야기
 
작성일 : 14-03-20 16:47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다: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운동의 현황과 과제
 글쓴이 : 임소연
조회 : 3,353  
진보평론 59호(2014년 봄) 소수자이야기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다: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운동의 현황과 과제

임소연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시설에서 20년을 살았다.
어머님 아버님 제사도 한번 못 지냈고,
묘지에도 한번 가보지 못했다.
이젠 형제들 전화번호도 모른다.
시설이 몸은 편할지도 몰라. 근데 그건 아니거든.
장애인도 사람이고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난 사람이라고!!!
난 세상에서 세상과 부딪히며 살고 싶지
남의 도움 받으면서 평생을 살고 싶지 않아.
그렇게 한 달 만이라도 내 나이대의 평범한 남자처럼
밖에서 살아보고 싶어, 단 하루를 살아도 밖에서 살고 싶어.

참 좋다! 내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있고,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내가 경험한 하찮은 이야기를 소중히 적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몸은 편하지만 영원히 속박되어 살 것인가,
아니면 때로 몸이 힘들어도 자유롭게 살 것인가.
저는 자립한 지금이 좋아요.”

- 탈시설 당사자들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 -



1. 탈시설자립생활 운동의 흐름: 주요 투쟁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에서 복지는 한국전쟁 이후 외국의 원조를 기반으로 각종 시설 여기서 시설은 24시간 거주하면서 숙식과 일상생활을 하는 곳으로 생활시설을 의미한다. 장애인생활시설은 2011년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장애인공동생활가정, 장애인단기보호시설과 함께 장애인거주시설로 분류되었다.
이 설치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사회복지법인을 통해, 시설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복지정책의 틀을 만들어갔고 아동, 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시설이 확대되어왔다. 장애인생활시설은 1990년에 118개소에 12,759명, 2001년 203개소에 17,720명, 2010년 452개소에 24,395명, 그리고 2012년에는 25,932명이 거주하고 있다. 50명 이상 수용되어 있는 시설도 전국 183개소나 된다. 시설거주 장애인 인원은 보건복지부가 2012년 발표한 2012장애인복지시설일람표(2011.12기준)를 참고하였다.
 이렇게 시설은 계속 증가하여 왔지만 수용 이상의 역할을 하지는 못하였다. 00시설에서는 목사인 시설원장이 안수기도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말을 듣지 않는다고 CP라는 향정신성 약물을 강제 투약하고, 출입문은 모두 쇠창살로 만들어 감금하였던 사건이 있었다. 00재단에서는 돈벌이 수단으로 가축사육에 장애인을 강제동원하고 생계비를 횡령하는 등 강제수용보다 못한 인권침해와 비리가 있었다. 최근의 도가니 사건은 시설수용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가 되면서 시설의 인권침해나 비리에 대해 개별시설의 개인에 대한 인권침해를 구제하는 형태로 대응했던 것을 넘어 탈시설 논쟁이 본격적으로 확대되어 갔다.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자립생활에 대한 이념과 철학이 장애인 당사자를 통해 퍼져나갔고 장애인이동권투쟁, 장애인활동보조제도투쟁 등 지역사회 자립생활 운동은 당사자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어울려 살아야한다는 탈시설운동의 목적과 맞물려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그리고 시설에서 직접 거주인을 만나 진행된 각종 시설조사로 구체적인 근거를 갖게 되었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장애인생활시설 인권상황실태조사–양성화된 조건부신고복지시설을 중심으로’, 보건복지부의 ‘미신고시설 인권실태조사’ 과정을 통해, 성폭력 및 감금 등 아주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이 아니라 하더라도, 단체생활이라는 명목으로 자기결정권이 제한되고 있는, 시설 그 자체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단체 및 인권단체는 장애인이 시설에서 사는 것을 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지, 왜 정부는 지역사회 자립정책이 아닌 시설정책으로 장애인 지원을 다하는 것처럼 판단하는지에 대해 문제제기 하면서 ‘탈시설운동’을 전개하게 되었다. 2007년 성람재단 및 2008년 석암재단 시설비리 척결 투쟁 등을 거쳐, 2009년 서울 마로니에 투쟁(탈시설자립생활투쟁)을 기점으로 지역사회 자립생활시스템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투쟁이 전국화되었다. 탈시설운동이 단순히 시설 밖으로 나오는 것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자립시스템을 마련해야하고 이는 결국 시설로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하므로 탈시설운동은 자연스럽게 탈시설자립생활운동이라 칭해지게 되었다. 최근 2-3년간 장애계 핵심 투쟁 과제인 ‘부양의무기준폐지, 장애등급제폐지’ 운동도 탈시설운동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은 장애인은 시설에 사는 것이 당연한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탈시설 권리 투쟁에 대한 사례를 분석하고 전국적인 탈시설운동에 대해 소개한다. 그리고 탈시설자립생활 운동의 과제도 살펴봄으로써 탈시설자립생활의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1) 시설거주 장애인을 만나다: 장애인은 시설에 사는 것이 당연한가?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미신고시설(혹은 양성화된 조건부미신고시설)에 대해 인권침해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것은 그동안 개별적인 대응 수준에서 이루어졌던 조사와 달리 정부기관 최초의 시설거주 장애인에 대한 공식적인 면접을 통한 조사였다. 법인시설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실체를 알 수 없이 무분별하게 운영되고 있던 미신고시설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고 시설구조에 접근했던 중요한 조사였다. 이 조사의 목적은 ‘인권’의 이름으로 시설거주 장애인이 기본적인 권리와 자기결정권, 그리고 나이와 생애 주기에 따른 보편적인 삶을 누리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 내용을 잠깐 살펴보자. 조사에서 시설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대부분 장애와 빈곤으로 나타나 시설을 선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적 지원체계가 절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입소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얻은 경우는 거의 없어 복지서비스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공적인 전달체계의 필요성이 확인되었다. 입소 절차도 ‘입소자의 권리와 운영자의 책무’보다는 생활인의 관리·통제 내용에 중점을 둔 설명이었고 의사결정이 가능한 입소자임에도 보호자 동의만 얻었음이 드러났다. 자기결정권의 행사는 시설거주 장애인에게는 가장 큰 화두이다. 이·미용은 자원활동가가 와서 정해진 스타일로, 목욕은 정해진 시간에 단체로, 외출은 금지되거나 예외적으로 허락을 받아야만 하고, 주민증 등 개인정보나 개인재산을 시설에서 대부분 일괄 관리한다. 따라서 생활의 전 영역에서 인권이 보장되지 않고, 일상에서는 ‘집단생활’이라는 이유로 자기결정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식주만 해결되고 나머지 일상생활은 단체생활의 형태의 통제와 방임·방치가 대부분이었다. 낮 시간에는 그저 ‘TV를 보거나 가만히 앉아 있다’는 응답이 다수였고, 대부분은 교육도 프로그램도 없었다. 의료도 그냥 방치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시설은 단순한 ‘수용보호’ 차원임이 드러난 것이다.
또한 시설 입소 이후에는 개인적으로 외출한 적도 거의 없어 지역사회나 가족과의 교류가 거의 없는 폐쇄적이고 사회적으로 단절된 삶을 살고 있었다. 장기입소자도 많아 시설에 한번 들어오면 평생을 살게 되는 폐쇄적인 구조임이 드러났다. 이런 폐쇄적 구조는 시설 안에서의 인권침해 상황을 침묵하고 용인하는 기저로 악용될 수 있다. 경제권에 있어서도 수급권자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수급액도 본인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시설운영자가 관리하였고 주민증 등 개인 신분증도 시설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했다. 이로 인해 시설거주 생활인은 자신의 재산이 시설 측에 의해 유용 또는 전용된다 하더라도 그 상황을 알 수 없으며, 신분증 등이 도용되거나 시설 관리자 개인의 금전적 도구로 활용된다 하더라도 그 사실을 모른 체 지나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재산이나 신분증 관리 문제는 시설거주 장애인의 퇴소 또는 외출 등을 스스로 결정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고, 따라서 생활인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대체로 시설거주 장애인은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삶보다는 어쩔 수 없이 삶을 유지하는 형국이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가족이나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하는 처지에서 숙식을 제공하는 시설이 있기에, 우선 고마움을 가지기도 하고, 이렇게라도 살아갈 환경이 제공되는 것에 만족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자신의 일과를 스스로 선택하거나 결정할 수 없어 답답한 마음이 있어도, ‘단체 생활’이라는 이름으로 가슴 속에 묻어버리고, 오히려 차츰차츰 익숙해지고 시설에 젖어갔다. 따라서 삶의 희망을 갖는 사람들은 극소수였고 그날그날을 살아가는 데 만족하는 이들이 많았다. 또한 ‘단체 생활’을 이유로 동일한 일과시간을 강요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때는 잔소리와 체벌 등이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이에 무조건적인 복종이 체질화되어 본인의 욕구를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밖에 나가면 길을 잃을 것이라며 외출을 막고, 보호자의 동의 없이 퇴소할 수 없는 처지임을 지속적으로 세뇌시켰다. 생활인 스스로의 자립생활 및 퇴소 의지를 가로막고, 숙식과 이미용 및 목욕, 의복과 생필품을 단체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사치스러운 이야기로 비쳐질 수 있다.
극심한 인권침해 상황도 포착되었지만 시설거주 장애인이 가장 많이 호소하고 있었던 것은 첫째, 시설에서 평생을 살아야한다는 두려움 혹은 그에 대한 인식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 둘째, 단체생활로 인해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혹은 요구할 수조차 없다는 것에 대한 무기력감 등이었다. 즉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격리되어 있는 ‘시설’ 그 자체의 문제점을 확인하였다. ‘시설 생활’에서 인권이 얼마나 지켜지는지 인권의 잣대로 접근한 조사였으나, 결과는 ‘시설’ 그 자체가 인권의 무풍지대임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시설거주 장애인 인권확보를 위한 시설 환경 개선 등 ‘좋은 시설’ 만들기가 아니라 우선적으로 시설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현재 시설에 있다면 시설을 나올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논의, 즉 ‘탈시설’ 논의를 수면 위로 올려야 함을 확인했다. 좋은 시설은 없다. 아무리 좋은 시설일지라도 단체생활 속에서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상생활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제한된 삶을 강요하는 시설이 아니라 지역에서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살아가야 한다. 결국 이 조사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은 무기력하므로 보호해야한다면서 줄곧 주장해왔던 ‘시설보호’ 정책에 대해 반기를 들고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하는 필요성을 깨닫게 한 중요한 조사였던 것이다.
2) 구체적인 탈시설권리 실현 투쟁
(1) 구체적인 탈시설권리 실현: 2009년 마로니에 투쟁
2007년 서울시의 지원을 받고 있던 법인시설인 석암재단 시설에서 비리문제(<사례 1> 참조)가 포착되었다. 시설 비리를 알리기 위해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 거주하고 있던 장애인 당사자 20여 명이 모여 시설 거주인의 인권, 시설비리 척결을 위해 ‘석암재단 생활인 인권쟁취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석암비대위)를 구성하여 2008년 1월 양천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형시설로의 이전반대, 생활인 인권보장, 자립생활교육, 자유로운 외출 보장”을 외치며 1인 시위 등의 투쟁을 전개했다. 이들은 3월 성람재단비리척결공투단(<사례 2> 참조)과 함께 “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과 탈시설권리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단”(이하 탈시설공투단)을 결성하여 “석암재단-성람재단의 법인설립허가 취소와 탈시설권리 보장”을 촉구하며 서울시청 앞에서 50일간 천막농성을 했다. 농성을 하면서 20여 년간 시설에서 살아왔던 각자의 삶을 수기로 엮은 증언대회, 1인 시위, 기자회견, 집회 등을 진행했다.


사회복지법인 석암재단은 2007년 서울시의 특별감사에서 회계부정이 발각되었다. 그러나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직원들에게 거짓증언과 장부조작을 시켰고, 이를 보다 못한 시설장애인과 직원들이 인권단체에 제보하였다. 석암재단의 비리의 규모에 비해 서울시의 감사지적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석암재단 이사장은 국고보조금을 받는 무료시설의 직원들을 빼돌려 유료시설에서 일을 시키면서 월급을 이중으로 챙겼고, 이사장의 개인농장에서 강제노동을 시켰다. 이사장 가족들을 허위로 직원명단에 올려 월급을 챙겼고, 시설입소시 장애인가족들에게 입소보증금이라는 명목으로 수억 원을 받아 갈취했으며, 정신적장애인들의 장애수당을 갈취했다. 이에 시설장애인들과 직원들, 인권단체들은 <석암재단 비리척결과 인권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를 구성하고 비리사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결과 이00 이사장은 구속되었고 시설장들 또한 불구속재판을 받게 되었다. 공대위는 비리해결을 위해서 석암재단의 이사들을 해임하고 공익이사를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00 이사장의 사위인 제00 씨가 이사장이 되는 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에 공대위는 양천구청 앞에서 농성을 벌였고, 이후 사위인 제00 이사장 또한 비리사건으로 불구속재판에 회부되었다. 결국 서울시와 양천구청은 공대위의 요구를 받아들여 시민단체의 추천을 일부 받아 이사진을 새롭게 구성하였다. 그러나 비리에 주책임자였던 시설장 일부가 그대로 시설장으로 남아 법인운영에 개입했고, 새로 구성된 이사진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이사회가 전원 사퇴하였고 서울시는 다시 임시이사회를 파견해야 했다. 새로 파견된 임시이사회는 비리시설장들을 정리해고하였고, 시설장들을 공채로 새로 선발하였다. 임시이사회는 서울시와 각계의 추천을 받아서 다시 정이사회를 새롭게 구성하였고 이제 구 석암재단(현재는 프리웰재단으로 명칭변경)은 정상화 중이다.
<사례 1> 사회복지법인 석암재단(현 프리웰재단) 사건



사회복지법인 성람재단은 이사장의 개인농장에 장애인과 직원을 동원하여 강제노동을 시키고, 장애인들의 식사비와 난방비 등 국고보조금 9억5천여만 원을 횡령하여 이사장 자녀의 유학비용으로 쓰는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장애인들에게 차마 먹을 수 없는 밥을 주고 난방조차 해주지 않아 12년 동안 249명이 사망했으며, 성폭력, 폭행으로 인한 장애인 사망 등 수많은 인권침해가 발생하였다. 이를 보다 못한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관리감독기관인 서울시와 종로구청,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였지만, 정부는 비리복지재단을 두둔했다.
2006년 또다시 성폭력사건이 발생, 이를 계기로 “성람재단 비리척결과 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을 위한 공동투쟁단”이 장애인단체, 인권단체, 진보정당,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결성되었다. 이 투쟁단은 검찰과 법원, 종로구청과 서울시에 성람재단의 비리해결을 촉구하며 143일간 농성을 벌였다. 이후 조00 이사장은 구속되었고 그제야 감사에 나선 종로구청은 112건의 부정행위를 적발하였다. 성람재단의 온갖 비리와 부정행위가 세상에 밝혀지고 조00이사장 재판이 진행되자 성람재단은 재단 산하의 장애인시설 3개소를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00 이사장은 재판에서 장애인시설 일부를 기부채납하는 것을 이유로 선처를 받고 재판이 끝나자 태도가 돌변하여 기부채납을 못하겠다며 서울시와 다시 소송을 진행했다. 소송결과 서울시는 패소했고 비리성람재단의 기부채납 사기쇼는 끝이 났다. 2014년 2월 현재 지금도 성람재단은 조00이사장의 아들이 운영하고 있다.
<사례 2> 사회복지법인 성람재단 사건


이 과정에서 탈시설공투단은 서울시에 관할 시설 장애인에 대한 탈시설욕구조사와 구체적인 탈시설 정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였다. 2008년 서울시는 서울시정개발원에 위탁하여 38개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탈시설 정책 및 주거환경 지원 연구(이하 서울시탈시설욕구조사)’ 서울시정개발원에서 2008년 하반기 「탈시설화 정책 및 주거환경 지원 학술연구」를 서울시 생활시설 거주인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였고 탈시설공투단은 이때 조사원으로 참여하여 시설 거주인의 탈시설 욕구를 파악하였다.
를 진행하였다.

 <표 1> ‘탈시설화 정책 및 주거환경 지원 연구’ 퇴소 희망 관련 응답(생략)

이는 전국 최초의 시설거주 장애인의 자립욕구 조사로 2009년 서울시 투쟁에 실질적인 근거자료가 되었고 이후 다른 지자체에서 탈시설욕구조사를 시행하고, 탈시설계획을 수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위 <표 1>에서 보듯이 서울시 생활시설 거주인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 50% 이상이 퇴소를, 지역사회에서 주거, 소득, 활동보조 등이 지원된다면 70% 이상이 지역사회로 나와 살기를 희망했다.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집, 활동보조, 생활비 등을 가장 높게 꼽았다.
당시 오세훈 시장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하여 탈시설지원정책을 수립하기로 하였으나, 연구 결과조차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 시설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대책마련 약속을 이행하라고 면담을 요구하였지만 이 또한 무시하였다.
이에 2009년 6월 4일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실현을 위한 3대 요구안(탈시설 5개년 계획 수립을 기본으로 ① 탈시설전환국 설치 ② 전환주거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자립 전환을 위해 필요한 주거공간이라는 의미로 전환주거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체험홈, 자립홈, 자립주택, 자립생활가정 등 지역마다 그 형태와 의미 등이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 경우, 체험홈은 최장 2년 , 자립생활가정은 최장 5년 거주할 수 있다.
 제공 ③ 활동보조 생활시간 확대 및 대상제한 폐지)을 걸고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석암비대위 활동가 8명(일명 마로니에 8인 ‘사회복지시설비리척결과탈시설권리쟁취를위한공동투쟁단’,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석암재단생활인인권확보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 등의 단체가 마로니에 8인과 함께 하였다.
)이 시설에서 나와 노숙 농성을 시작하였다. 마로니에 노숙농성 33일째, ‘오세훈 시장은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 보장 약속을 지켜라’라는 대형 현수막을 걸고 국가인권위원회 11층으로 농성장소를 옮겼고 서울시를 대상으로 한 규탄 집회 및 오세훈 시장 따라잡기 투쟁들을 진행하며 구체적인 정책을 요구하였다. 62일간의 끈질긴 당사자들의 투쟁 끝에 결국 서울시와의 4차례의 비공개 면담을 통해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 신설, 전환주거인 자립생활가정제도 도입 등의 요구안을 일부 수용하였다. 이에 2009년 8월 4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탈시설공투단, 석암비대위는 ‘탈시설자립생활 쟁취 투쟁 보고대회’를 개최하고 62일에 걸친 농성을 정리하였다.
            <사진 1> ‘더 이상 장애인을 시설에 가두지 말라’


마로니에 8인 등이 탈시설대책 마련을 위한 서울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집회 중이다. 피켓 하나하나마다 시설에서의 삶이 기록되어 있다(2009.6.11. 서울 대한문 앞).

 


 <사진 2> 국가인권위원회에 걸린 현수막


(2) 2009년 마로니에 투쟁의 성과
2009년 탈시설 투쟁의 핵심적 성과는 ‘탈시설전환국’과 같은 공적인 전달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이는 서울시가 탈시설계획을 수립하여 체계적인 탈시설 지원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각 장애인단체나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2005년 이후부터 탈시설 지원을 요구하는 시설 거주인의 연락을 자주 받게 되면서 민간의 여력이 되는 한해서 탈시설 지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집, 활동보조 인력 등 민간자원 부족, 사적 관계를 통해서 탈시설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시설거주 장애인을 가운데 두고 시설 측과 장애인인권단체 사이에 끊임없는 갈등이 일어났다. 따라서 공적 창구를 통한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의 필요가 절실해진 시기였다. 2009년 투쟁의 결과, 서울시에는 완전한 공적체계는 아니지만 적어도 준공공성을 띠는 서울시복지재단 산하에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가 설치되어 시설 거주인의 탈시설을 지원하게 되었으며, 체험홈과 자립생활가정이라는 이름으로 주거도 제공하게 되었다. 2013년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탈시설전환시스템을 구축하여 진행하고 있는 지자체는 서울시가 유일하다.
이 투쟁은 첫째, 시설비리 척결투쟁이 단순히 인권이 확보되는 ‘좋은 시설’ 만들기가 아니라 지역사회 자립을 주장한 시설거주 당사자들이 주체 투쟁이고 둘째, 탈시설을 권리로서 확대하고 그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 지역사회 시스템을 요구한 투쟁으로서 역사적인 의의를 갖는다.
3) 서비스변경신청 운동: 3인의 장애인에 의한 탈시설 소송의 제기
사회복지사업법에는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자와 그 친족, 그밖에 관계인은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나아가 신청 이후에 당사자의 욕구를 조사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관한 자세한 절차가 있다. 하지만 아무도 이 법을 이용하여 사회복지서비스를 신청한 적이 없었다. 2009년 12월 16일, 국내 최초로 15년 이상 시설생활을 해온 세 명의 장애인이 관할 지자체에 ‘주거 지원, 활동보조, 생계 지원, 직업 등 필요한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해 달라’며 사회복지서비스를 신청했다. 그러나 당시 음성군청과 양천구청은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제도’를 인지조차 못하고 있을 만큼 아무런 준비도 없었다. 이후 실시된 복지욕구조사 역시 형식적 수준에 그쳤으며 자립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서비스 연계조차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거부 처분을 내렸다.
<사진 3> 사회복지서비스변경신청 기자회견
이에 따라 세 명의 장애인은 음성군수와 양천구청장을 상대로 ‘사회복지서비스 거부 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그러나 청주지방법원은 2010년 9월 30일, 윤국진 씨와 박현 씨가 음성군수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2010구합 691). 당시 판결은 음성군수의 거부 처분이 절차법상, 실체법상 하자가 없다며 음성군수가 대도시의 자립생활에 관한 서비스를 조사하고 연계해줄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윤국진 씨와 박현 씨는 국가와 지자체를 통해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등 민간단체로 이루어진 ‘시설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주거복지사업’(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을 받고 자립생활을 시작해야만 했다.
청주지방법원의 판단과는 달리 서울행정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은 “양천구청장의 거부 처분은 적법한 복지욕구조사를 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고, 나아가 재량권의 남용에 해당하는 위법성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이 있으면 관할 행정청이 최선을 다해 당사자의 복지요구 및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조사한 뒤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판결은 사회복지가 더 이상 국가의 시혜적 조치가 아니라 권리이며,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에 관한 절차가 적법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사법부가 엄격하게 사법 심사를 할 수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이는 잠자고 있었던 사회복지서비스 신청 제도를 부활시켰고, 복지서비스의 패러다임이 시설 중심에서 탈시설 자립생활로 바뀌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4) 전국적인 탈시설 운동 확산 및 지자체 현황
우리 사회에서 탈시설 운동은 2003년 이전에는 시설 수용화에 따른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에 대한 개별시설 차원에서의 문제제기 단계, 2003년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 이후 무분별한 시설 양성화와 대규모 시설화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정책 차원에서의 시설 거주인 인권 확보 및 탈시설화 정책의 필요성 제기 단계, 2009년 이후 ‘마로니에 8인’의 농성, 장애인 3인에 의한 서비스 변경 신청 등 탈시설 소송 제기 및 탈시설 자립생활 전환체계 마련 요구 단계로 발전해왔다. 이 과정에서 2009년 서울시 투쟁은 각 지역 탈시설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다. 각 지역마다 탈시설전환국 설치, 전환주거(자립주택) 제공, 탈시설정착금 지원 등을 요구하면서 지자체별로 탈시설자립생활을 위한 지원시스템 구축 투쟁에 힘을 쏟았다.
특히 서울시(2009), 부산시(2009), 광주시(2010), 대구시(2012), 인천시(2012) 등 각 지역마다 시설거주 장애인을 일대일 면접을 하면서 탈시설자립생활욕구조사를 하였는데 그 결과는 매우 유사하였다. 탈시설화 정책 및 주거환경 지원학술연구(서울시정개발원, 2009), 부산생활시설거주 장애인 복지실태 및 욕구조사(부산복지개발원, 2009), 광주광역시 장애인생활시설 실태조사 및 자립생활욕구조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광주지소, 2010), 중증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지원 방안(대구경북연구원, 2012), 장애인생활시설이용자 복지실태 및 탈시설 욕구조사(인천발전연구원, 2012).
 조사결과 탈시설 욕구는 서울시 57%(주거 및 서비스 지원 시 70.3% 자립희망), 광주시 41.3%(주거 및 서비스 지원 시 42.2% 자립희망), 부산시 57.6% 자립희망, 대구시 58.6%(주거 지원 시 70.5%), 인천시 30.0%로 나타나 시설거주 장애인의 50% 이상이 자립생활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2년 전국적으로 실시한 시설 거주인 자립욕구 조사 시설 거주인 거주현황 및 자립생활 욕구 실태조사(조한진 외, 2012), 국가인권위원회.
 결과에 따르면, 자립희망이 57.5%, 주거 등 서비스를 제공할 시 62.1%가 자립희망, 자립생활 어려움을 설명한 후에도 53.4%가 자립을 희망한다고 응답하였다. 자립 시에는 집, 생활비, 일자리, 활동보조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해 지자체 조사와 별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지자체 투쟁 결과는 지방자치단체의 의지, 지역 인프라, 장애인단체의 요구 등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 2012년 말 기준 자립정착금은 7곳의 광역시·도에서 시행 중이고, 체험홈과 자립생활가정과 같은 초기 주거공간인 전환주거는 8곳의 광역시·도에서 제공되고 있다. 탈시설전환국을 설립하여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시설거주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곳은 그나마 서울특별시 단 한군데뿐이다. 각 지역에서는 시설인권보장 확산, 탈시설과제 확산, 시설거주 장애인 당사자와의 교류 확대 등을 장애계의 핵심 투쟁 과제로 삼아 점진적인 성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중앙정부 정책 및 집행이 없는 상태에서 지자체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2. 탈시설자립생활 운동의 과제
00재활원이라는 시설에서 16년간 생활을 했던 A씨는 시설에서 나가기를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시설을 먼저 나간 B씨와 연락하여, 장애인단체 활동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는데, 시설은 부모 동의 없이 외출이나 외부인 면회도 안 된다며 만나지도 못하게 하였다. 연로하신 부모님은 장애인인 네가 나가서 어떻게 사느냐고 절대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였다. 성인이지만 본인의 의사대로 퇴소하지 못하고 유일한 소통 도구인 휴대폰을 시설 측에 뺏기면서 급기야는 시설에서 야밤에 1km 정도를 기어 나와서 탈출하였다. 그나마 겨우 외부와 연락할 수 있었던 휴대폰을 뺏겨버리자 이젠 죽었다 싶어서 직원이 없고 모두가 잠들었을 때 탈출하였다고 한다. 무작정 B씨가 있는 서울로 가야겠다고 생각한 A씨가 가지고 있었던 돈은 겨우 4만원이었다.

위 사례는 몇 년 전 시설에서 탈출한 A씨의 이야기다. 시설에서 나오고 싶지만 마땅히 호소할 곳도 없고, 보호자 동의라는 명목으로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퇴소나 면회, 외출을 제한하고 있고, 통장 및 신분증 등을 시설에서 관리하여 개별적인 돈 사용이나 모으기도 어려운 점 등 문제를 총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긴급하게 탈출하는 방식으로 시설을 나오게 된 경우 (물론 지역사회자립을 계획하여도, 지원체계가 미비하여 나오고 싶다고 모두 나올 수는 없지만) 주거 공간, 활동보조 지원, 생활비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공적책임기관이나 제도가 없다.
1)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려면?
(1) 중앙정부 차원 체계적인 계획 수립 및 집행이 필요
현재 우리나라는 중앙정부 차원의 탈시설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이 없다. 2011년 3월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신규 장애인거주시설의 경우 30인 이하로 규모를 제한했을 뿐이고 이것도 기존 대형시설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거주시설혁신방안이라고 하여 보건복지부는 2008년부터 시설소규모화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도 여전히 시설정책일 뿐, 말로는 탈시설방향으로 전환했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 예산 및 인력 투입 등 아무것도 진행된 것이 없다.
 말로는 탈시설자립생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정책수립과 집행 예산 투여는 계속 밍그적대는 상황이다. 현재 탈시설지원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과 같은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각 지역 장애인단체는 지자체에 탈시설지원체계 수립을 위한 정책 마련과 예산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은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기에 지역 인프라만으로는 어렵다고 하고 중앙정부는 복지 지방 이양을 들먹이며 지자체 책임이라고 한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경우 주정부에서 탈시설전환국(transition bureau)을 두고 탈시설 지원을 한다. 탈시설전환국은 시설장애인을 년 1회, 1번 이상 면담하고 탈시설을 원하는 장애인에 대해 자립계획을 수립하여 적절한 주거제공 등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각종 자원을 연결해주고 있다. 2007년 11월부터 시작하여, 1년 동안 150여명의 탈시설을 목표로 지원하였고, 2008년 180여명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해서 살고 있다. 즉 주정부의 공식적인 행정시스템 안에 탈시설지원부서를 설치하여 구체적인 계획 및 책임 하에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중앙정부에는 탈시설전환국이 없고, 지자체 중 유일하게 서울시만 2010년부터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시설 거주인의 탈시설자립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권리협약에는 장애인의 시설수용은 최후의 선택이며 자립생활 보장을 우선한다고 되어 있지만, 시설 거주인이 시설수용을 거부하고 나왔을 때 갈수 있는 곳은 길거리이거나 다시 시설로 돌아가는 길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 자립하고 살 수 있도록 민간 중심으로 진행하던 탈시설 지원을 정부 및 지자체가 제도를 마련하여 책임 있는 집행을 해야 한다. 이 탈시설전환국에서는 정기적인 시설 거주인 상담 및 자립계획 수립, 지역사회 자립 정보 제공, 주거공간 연계 등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일을 해야 한다. 탈시설자립생활을 상담하고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공식적인 채널이 생긴다면, 위의 A씨처럼 쉬쉬하면서 탈출하듯 탈시설하는 경우도 없을 것이며 탈시설지원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원기관과 시설과의 마찰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는 2014년 2월 12일 장애인인권증진계획의 중요 과제로 ‘탈시설 5개년 계획’을 발표하였다. 서울시 관할 거주 시설장애인 3,000명 중 20%인 600명을 5년 안에 탈시설한다고 밝혔다. 600명이라는 수량적 실적만으로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자립 정착하기까지의 탈시설 과정을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구체적인 탈시설 인원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비로소 다양한 지원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 서울시 탈시설 5개년을 주목하는 것은 탈시설 정착을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 실험 등을 해가면서 구체적인 탈시설로드맵을 만들고 집행해나간다는 것에 있다. 지자체의 목표와 계획, 예산 투입 없이 ‘시설에서 나가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고 싶다’고 해서 탈시설을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두드러지는 요구는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나오는 것과 함께 시설에 들어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지원체계 마련도 탈시설로드맵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한편에서는 시설에서 나오지만 다른 한편에서 또 들어간다면 한 곳을 눌러 막으면 다른 곳이 튀어나오는 풍선효과 형상이 될 뿐이다. 시설거주 장애인에게 주거지원 등 자립생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여 지원하듯이, 지역사회에서 시설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사례를 만들어서 시범적으로라도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그 지원을 확대해가며 거시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2) 지역에서 살 수 있는 다양한 주거지원 필요
2009년 이후 실시한 탈시설욕구조사에서 자립지원 시 가장 필요한 것으로 대부분 집을 꼽았다. 주거공간은 탈시설의 필수조건인 것이다.

<그림 1> 현재 시설거주 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주거형태(생략)


현재 시설거주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선택할 수 있는 주거공간은 위 <그림 1>과 같다. ①과 ②는 자격이나 비용면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시설거주인 개인의 노력만으로 집을 구해서 지역사회로 자립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가 체험홈이나 자립주택과 같은 ‘전환주거’를 지원해야한다. 체험홈은 1년 이내의 임시주거공간의 형태라면 자립주택은 좀 더 독립적인 주거형태로 공공임대나 민간임대로 가기 이전까지 최소 보증금을 마련하는 등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기간 동안에 제공하는 주택형태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전환주거는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자립하려는 시설거주인에게 제공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본적인 물적토대라고 할 수 있다.
이제껏 장애인에게 주거와 각종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제공했다면, 이젠 개인의 선택과 개별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접목하여 다양한 주거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전면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도 예산 집행도 없다. ‘집’을 제공해야한다고 하니 보건복지부는 국토해양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하고, 국토해양부는 장애인이니 보건복지부 소관이라 하며 다른 주거취약계층에 비해 탈시설장애인이 얼마나 더 취약한지, 얼마나 더 시급한 요구인지를 증명하라고 한다. 집 없는 가난한 사람들 간 파이 싸움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3) 장애인복지정책의 전면 개편 필요
현재 시설에서 나올 수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수급권자여야 하고 1급 장애등급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한해서 가능하다. 즉 생활비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야 해결할 수 있으며 활동보조서비스도 중증, 즉 1급 정도 되어야 장애등급재심사에서 탈락하지 않고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탈락의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시설거주 장애인이 초기정착 과정에서 주거, 소득보장, 활동보조에 대한 지원이 가장 필요한데 이의 최대 걸림돌이 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기준과 장애등급제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경우 그나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자립해서 나와 살면서 부양의무자 때문에 수급재심사에서 탈락되고 나면 가족과의 갈등이 심화된다. 생계를 가족에게 책임지라고 하게 되면 다시 또 시설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노동시장에 편입하여 수입이 확보되기 어려운 조건에서 비수급자가 지역사회에 나와서 자립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부양의무기준 폐지와 함께, 탈시설을 촉진할 수 있도록 탈시설당사자에게 중앙정부 차원의 자립정착금 지원도 필요하다. 현재 서울, 대구, 경남, 전북 등 지자체에서는 탈시설장애인에게 500만원에서 1000만원 한도의 금액을 시설 퇴소 시 지원하고 있다.
현행 활동보조제도는 장애1, 2등급에게만 신청 자격이 주어지고 신규 신청의 경우, 장애등급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그 외 등급의 경우 지원 없이 자립할 수 있을지 두려움에 망설이게 되고, 신청 등급이 된다하여도 등급재심사에서 낮아져서 장애연금과 장애수당에 영향을 줄까봐 신청조차 못하기도 한다. 결국 시설 거주인 중 최중증 1급이 확실한 사람만 지역사회 활동보조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는 말인데, 아이러니하게 최중증 장애인은 현재 중앙정부 및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시간만으로는 생활하기 어렵다. 장애등급으로 서비스를 제한하지 말고(장애등급제 폐지) 장애유형과 생활환경의 특성을 고려하여, 그 필요도에 따라 활동보조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이다.
2) 인간 존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지난 10년 동안 탈시설자립생활운동은 크게 두 축으로 전개되어 왔다. 한 축은 사회복지시설비리 척결 투쟁으로 재단 및 개별적인 각종 인권침해에 대한 대응이었다. 또 한 축은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같이 어울려 살기 위한 구체적인 인프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두 축 모두 겉으로는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투쟁 과정 속에서 탈시설운동은 여러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왜 장애인은 시설에서 사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탈시설운동은 인간 존엄에 대한 질문이다.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고, 쓸모없고 능력 없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 가둬두는 가장 극심한 형태의 차별이 곧 시설정책이기 때문이다. 보호논리와 교묘히 맞닿아 있는 차별기제는 ‘장애인’이라는 집단을 ‘좋은 시설’에서 살게 하는 것은 괜찮은 일이라는 면죄부를 주고 있다. 누구든 한번쯤은 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해보았을 것이다. 그때 우리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 시설에 누군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자원봉사를 했다. 착한 이웃으로 봉사한 것에 뿌듯한 마음도 가졌을 것이다. 그 자원봉사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였다. 우리는 시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왜 거기에 살고 있는지 질문한 적이 없다. 우리의 봉사, 선행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질문한 적이 없다. 어느 누구도 시설에서 단체생활을 하면서 살라고 하면,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장애인은 되는가? 왜 가난하고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되는가? 이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할 때가 되었다. 대부분의 구성원에게는 허용하지 않는 것을 특정 집단에게 서비스와 보호라는 이름으로 베풀었던 선행이 무슨 의미인지를 성찰해야 될 때가 되었다. 이 질문은 결국 국가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는 책임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해서 지역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우리’가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두 번째 질문 두 번째 질문인 공공재에 대한 내용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의 기고글(한국일보, 2014.1.17)을 참조하였다.
은 사회복지시설이 공공재인가 사유재인가하는 질문이다. 2013년 말 대법원에서 ‘사회복지법인의 설립자나 운영자가 양수인을 법인의 임원으로 선임해주기로 하고 운영권을 넘겼다고 하더라도 배임수증재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2014.1.23. 대법원에서 사립학교 운영권에 대해서도 매매를 인정한 유사 판결이 났다.
 이 판결은 결국 사회복지법인을 사고팔아도 불법이 아니라는 결정이다. 사회복지 영역은 공적인 영역이다. 모든 사회복지 영역을 국가가 담당할 수 없어서 일부 민간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여 국가를 대신해서 그 업무를 수행토록 한 것이다. 직원의 인건비, 의복비, 식비, 기능보강사업비 등 모든 비용을 국가가 보조하고 있다. 초기에 개인이 설립하였다고 하여도 100%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법인의 설립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단지 국가 대신 사회복지를 시행하는 것이므로 사회복지법인은 공공재인 것이다. 사회복지법인을 사유재산으로 여기는 것은 각종 비리와 인권침해를 저지를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시설거주 장애인을 착한 마음으로 거둔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시설거주 장애인은 본인이 수급자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시설은 고마운 존재로 둔갑한다. 이런 관계는 시설 안에서 수직적인 권력관계를 만들고 결국 시설장이 시설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가운데 각종 비리와 인권침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2011년 도가니 사건이 불거졌을 때 사회복지법인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공익이사제 도입을 뼈대로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도가니 사건 이후 2011년 10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탈시설정책위원회, 민주노총, 전교조 등 19개 단체가 모여 ‘도가니대책위’라는 연대를 결성하여 사회복지시설의 공공성확보와 시설비리, 인권침해 예방을 위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운동을 전개하였다. 이 투쟁으로 사회복지법인에 공익이사제가 도입되었다.
이 이루어졌다. 여기에는 기본이념으로 사회복지법인의 공공성 확보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위 판결은 사회복지법인의 공공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한 것이다. 사회복지법인의 공공재 논쟁에서 답은 분명하다. 공공재임이 분명한 사회복지법인이 사유재산으로 인정되고 악용되는 이사회에 대해 어떻게 제동을 걸 것이지 전면적인 사회구조 개편에 힘을 쏟아야 할 때인 것이다.

3. 나가며
유럽, 미국 등에서는 1970년대부터 대형시설 폐기와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추진해왔다. 우리나라도 최근 자립생활 패러다임의 확산과 장애인복지제도 확대 등으로 시설생활이 아닌 지역사회 자립생활에 대한 장애인 당사자 요구가 급성장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탈시설 직후부터 지역사회 정착까지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자립생활을 촉진하고 있으나, 지역별 편차가 심하고 대부분 지자체는 예산에 의존한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종합적인 현황 파악 및 정책 수립, 법적 근거 마련, 지원체계 마련, 예산 배정 등을 하는 데는 아직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탈시설 지역사회 쪽으로 장애인정책을 전환했다고 말로만 하는 캐비넷 정책은 이제 그만두고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줄 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애인은 왜 시설에서 사는 것이 당연한가에 대한 질문에 우리 사회가 답을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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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leen 18-06-2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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