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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자이야기
 
작성일 : 14-06-21 17:32
군대와 동성애: 로맨스, 폭력, 범죄화, 그리고 시민권
 글쓴이 : 한가람
조회 : 2,501  
진보평론 60호(2014년 여름호) 소수자 이야기

군대와 동성애: 로맨스, 폭력, 범죄화, 그리고 시민권

한가람 _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1. 들어가며
이 글은 군대 내 동성애를 둘러싼 경험과 제도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이 놓여 있는 지형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하여 이 글에서는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이하 ‘군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면서 접한 동성애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군대 내의 호모포비아가 응축되어 나타나고 다시 이러한 공포와 관념들을 재생산하는 군형법상 ‘추행’죄를 다룬다. 또한 이러한 군대와 관련한 동성애자의 경험과 군형법이 군대 ‘안’의 동성애를 넘어 한국 사회의 성소수자들의 삶과 지위를 어떻게 상징적으로 보여주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군대와 동성애라는 주제는 한국사회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관념, ‘남성성’이라는 것, 남성 간뿐만 아니라 이성에 대한 성폭력에 대한 사회의 인식, 국가안보 논리 속에서 사고와 질문이 멈추는 순간들, 군사주의, 징병제의 문제, 힘의 논리,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 성에 대한 공포, 성차별, 동성사회(homo-social)의 유지를 위한 포함과 배제, 성소수자의 권리 등 다양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애초에 논리적인 접근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군대 내의 동성애에 관한 논의는 한국사회의 군대와 동성애 담론에 대한 핵심적인 현실을 드러낸다. 이러한 논의를 펼쳐나가다 보면 안보와 동성애에 대한 공포로 구성되는 군대질서, 그리고 이러한 군대질서가 군사주의를 매개로 한국사회에 퍼져나가는 민낯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군대 안의 동성애라는 특수한 문제에서 시작하여 성소수자의 시민권, 즉 성소수자로서의 드러내기와 삶의 문제로 나아가면서 논의를 전개하려고 한다. 이에 따라 먼저 군대와 관련한 동성애자의 경험을 살펴본 후, 군대 내 동성애 규제의 상징인 군형법상 ‘추행’죄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이러한 군형법상 ‘추행’죄가 성소수자의 시민권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한국사회가 동성애자의 경험과 실재를 어떻게 배제하고 왜곡하면서 시스템을 유지하고 성소수자의 시민권을 가로막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2. 동성애자와 군대
1) 두려움과 적응전략
2) 폭력의 경험
3) 로맨스와 판타지
4) 말해지지 않는 것들


3. 불법으로서의 동성애: 군형법상 ‘추행’죄
1) ‘추한 행위’로서의 동성애
2) 무너지지 않는 호모포비아
3) 차별적인 범죄화와 파급되는 효과


4. 군형법상 ‘추행’죄와 성소수자의 시민권
1) 성소수자 관련 법제와 시민적 지위
2) 일반적 범죄화로서의 군형법상 ‘추행’죄
3) 소결: 비시민, 또는 ‘불법사람’으로서의 동성애자


5. 나가며
이 글의 문제의식은 군대와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가 단지 남성 동성애자를 중심으로 한 군대 안의 인권침해나 차별 문제를 넘어서서, 동성애자, 나아가 성소수자의 삶과 시민적 지위와도 연관된다는 점에서 출발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논의는 동성애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성과 성폭력에 관한 관념들, 사회적 위험요소로서의 성이라는 인식과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고, 이것 자체가 시민권을 분배하는 기준, 타자화와 배제로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한국 사회가 성소수자들이 스스로를 사회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인지, 또 성소수자로서의 사회적 삶이 가능한지 여부와도 연관된다.
이 글에서 드러내려고 한 것처럼 동성애공포/혐오는 군대, 그리고 이를 넘어 한국사회에서 강력하게 작동되지만, 그 속에서 성소수자는 다양한 전략을 취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어서, 성소수자는 자칫하면 배제와 폭력의 대상이 될 위험 역시 상시적으로 안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배제와 폭력이 성소수자가 ‘위험하고 혐오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배제와 폭력에 대해 시민적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위험하지 않고 혐오스럽지 않은’ 성소수자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험하거나 혐오스럽지 않다는 것은 사회를 위협할 수 있는 ‘추행’을 하지 않음으로써 입증되어야 한다. 이것이 동성애공포/혐오의 순환논리임은 이 글에서 밝힌 바와 같다.
이러한 동성애공포/혐오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타자에 의해 찍힌 위험하고 위협적인 존재라는 낙인은 성소수자 개인과 커뮤니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성소수자가 이를 적극적으로 다루기 시작한다면 그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안전한 주체로서의 성소수자의 입증이라는 수세적인 대응을 넘어, ‘불법사람’들의 ‘위험한’ 싸움은 그 자체가 존엄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대-동성애에 대한 활동은 성소수자(커뮤니티)가 이를 다루고 대응하고 이에 대해 참여하는 과정이 될 수 있도록 조직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단지 성소수자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동성애가 위험하다는 것은 성이 위험하다는 것의 연장선에 놓여 있고, “동성애 하면 안 된다”라는 명령은 모든 이에게 ‘문란’해지면 안 되고, 섹스를 통해 즐거움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청소년은 생식을 위해서라도 섹스하면 안 되고, 남성만이 성적인 주체이고 여성은 그 대상이어야 하며 남성이 성적인 대상이 될 수는 없으며, 이것이 무너지면 사회가 무너진다는 메시지를 내포한다. 한가람, 「군형법, “섹스해도 괜찮다”」, 문화연대 웹진 <문화빵> 제17호(2013. 5.) 참조.

실제로 2013년 4월 국회의원 민홍철은 군형법상 ‘추행’죄가 불명확하다면서 이 ‘추행’죄를 남성 간이든 여성 간이든 적용할 수 있도록 ‘동성간음죄’로 개정을 추진하다 물의를 빚자, 그러면 ‘이성 군인 간의 성행위’까지 처벌하는 방향을 검토한다면서 개정 시도를 중단한 바 있다. 「민홍철 의원 군법상 ‘동성간 간음죄’ 문구서 ‘동성’ 삭제키로」, <헤럴드경제> 2013. 4. 25. 참조.
 이처럼 성에 대한 통제/성을 통한 통제는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군대와 동성애라는 이슈는 이러한 성에 대한 통제/성을 통한 통제에 대한 모두의 대응이 필요함을 드러낸다. 군대와 동성애는 군사주의가 작동하는 한국사회를 둘러싼 성과 삶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 이슈가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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