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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기획
 
작성일 : 14-09-19 10:22
어떤 죽음을, 어떻게 슬퍼할 것인가: 세월호에 대해, 세월호로부터
 글쓴이 : 권창규
조회 : 511  

진보평론 61(2014년 가을) 특집


어떤 죽음을, 어떻게 슬퍼할 것인가: 세월호에 대해, 세월호로부터

 

권창규 _ 연세대학교 강사/ 한국문학·문화  

 

 

2014416.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172명 구조, 294명 사망, 10명 실종(201487일 기준). 많은 죽음이 잇따랐다. 생존자의 자살(단원 고등학교 교감), 유족의 자살 시도, 잠수사 2명의 사망, 경찰의 자살, 소방대원 5명의 사망 사고가 이어졌다.

미안하다고, 잊지 않겠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이 미안함은 생명을 잃은 사람들과 그 주변 사람들에게 향해있지만 어쩌면 이들에게 미안해질지도 모를 자신들의 처지에 대한 고백과 겹쳐있는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결과로 이어진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통감, 그럼에도 이를 바꾸어내지 못하리라는 공포감과 조바심이 낳은 미안함 말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에도 크고 작은 비극은 이어졌고 각자의 일상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간다. 아직 10구의 시신은 뭍으로 올라오지 못했고 진실은 묻혀있다. 목숨을 건 27일째의 단식 투쟁이 요구하는 진실 규명도 위태롭다. 미안하다고, 잊지 않겠다고 되뇌었던 기억투쟁은 무엇이었으며 이는 어떻게 이어지고 있나 들여다 볼 때다.

 

1. 세월호가 타전되었던 네 가지 국면

416일 이후 세월호는 물속에 가라앉아있다. 최초 신고 시각(그러니까 배가 빠르게 기울어가던 시점) 이후 2시간 30여 분만에 길이(전장) 140미터가 넘는 대형 여객선은 뱃머리만 남기고 가라앉았다. 구조자 골든타임이라고 불리는 2시간, 혹은 3시간, 나아가 침몰 후 사흘 여 간 구조자 수는 멈췄지만 실종자들은 사망자로 바뀌어갔다.

지난 넉 달여 동안 세월호는 사람들에게 시시각각 다르게 전해져왔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 선박 사고로 접했던 이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아침 시간이었으며 기상 조건도 좋았으며 전원 구조 보도도 잇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사고가 났구나 했던 순간이 닥쳐왔다. 실종자 수도, 구조 상황도 보도와는 다르다는 사실이 온라인에서 다급하게 타전되어 왔기 때문이었다. 바로 세월호가 참사로 확대되었던 두 번째 국면이었다.

전원 구조되었다는 언론의 보도는 정부의 보도를 받아쓰기 했던 결과인데 이 보도가 수정된 때는 사고 당일 오후 4시가 되어서였다. 취재 없이 속도전만 벌였던 언론, 그리고 취재 내용보다는 정부의 보도를 안전하게내보냈던 언론이 뒤엉켜 있던 결과였다. 속도전을 벌였던 언론은 재난 사고의 경우 빠른 보도보다는 정확한 보도가 중요하다는 기본적인 보도 윤리를 저버린 경우였다.

문화방송(MBC)의 오보는 사고 당시 가장 먼저 도착했던 목포 지국의 취재가 있었음에도 정부의 보도를 택했던 사례였다. 목포 MBC는 전원 구조가 오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지만 중앙 방송은 이를 무시했다. 이는 단순한 오보가 아니며 언론이 권력과 결탁하면서 기생한 경우로 독재국가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언론의 행태라 할 법했다. 실제로 정부는 세월호 보도 지침을 만들었고 한국방송(KBS)의 경우 청와대가 보도에 개입했던 정황이 폭로되었고 파업과 사장 해임 사태로 이어졌다.

이후 세월호 사고가 질적으로 달라졌던 세 번째 국면이 있다. 국가의 무능력과 사고 현장에서의 혼란을 넘어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구하지 않았던 상황이 밝혀지면서이다. 이는 세월호 사고가 정부의 무능과 혼란이 빚어낸 참사이며 이를 덮고자 하는 언론의 행태가 문제가 되던 국면을 훨씬 넘어서는 일이었다. 해경은 사고 당일 구조를 돕고자 세월호로 몰려들었던 민간 어선을 막았지만 정작 구조 활동을 하지 않았다. ? 심지어 경찰이 해군과 다른 민간 잠수사까지 막았던 정황이 밝혀졌는데 자체 계약한 민간업체(언딘)를 투입해서 성과’(이 성과는 시신을 건져 올리는 일에 집중되어 있었다)를 내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이 논란은 사고 이후에 대한 것이고 왜 배가 침몰했는지에 대한 정황도 따져볼 문제였다. 선령 제한이 완화되면서 선박은 노후해졌고 불법 증개축하고 과적했다. 바다에 나가서는 안 되는 배가 바다에 나갔던 것이다. 생명보다 이윤이 앞섰던 이 과정은 자본과 권력이 결탁하는 구조적인 폐해를 드러내주었다. 세월호가 건조되고 출항해서 침몰하기까지 많은 부분이 문제가 된 데 비해서 정작 수사(검경 합동 수사본부)와 국정 조사(국회)에서 밝혀진 사실은 많지 않았다.

세월호 사태에서 중요한 것은 세월호 사고가 질적으로 달라졌던 세 번째 국면과 이어지는 네 번째 국면이다. 세월호를 운영, 관리하는 데 국가정보원이 깊숙이 개입했던 정황은 네 번째 국면으로 주목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정홍원 국무총리(사임 및 유임하기 이전의 정총리)의 입을 통해서 세월호의 항해사가 사고 당시 국정원에 직접 보고했다는 말이 문제가 되고 있었다. 국정원이 세월호를 관리, 운영하는 데 개입하고 있었다면 총리의 말은 일정 부분 해명이 된다. 국정원이 세월호의 증개축을 비롯해 시설물 관리와 운영, 직원들 관리까지 일일이 개입했던 정황은 세월호에서 건져 올린 업무용 노트북에서 나왔다.

대단히 이상하고도 중요한 증거는 물리적인 기계장치를 통해서 세상에 공개될 수 있었고, 증거 보전을 신청했던 주체가 부실수사의 주체들이었던 검찰, 경찰이 아니라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는 진실을 요구하는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 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자로 얽혀들 수밖에 없는 정부 측의 수사와 이들이 내놓는 진실은 다를 수밖에 없다.

사고 초기부터 지금까지 주류 언론은 선박회사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을 궁극적인 책임자로 부각해왔다. 하지만 이 논리는 이상하다. 이 논리대로라면 올해 2월 경주 마리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에 대한 책임 역시 그 소유주인 회장(이웅렬 코오롱 회장)에게 묻고 그를 구속해야 했기 때문이다(물론 회장은 구속되지 않았고 리조트사업본부장을 비롯한 6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일단락되었다). 정부와 언론은 유병언이라는 한 인물에게 책임을 과도하게 전가하면서 세월호 수사를 얼마간 면피하려고 했던 셈이다.

언론에서는 <유병언 파헤치기수배검거 작전 생중계변사체 발견 소동아들을 둘러싼 선정적인 스캔들>에 이르는 과정을 집중 보도했다. 최근에 유병언의 아들을 둘러싼 선정적인 보도는 전형적인 옐로우저널의 행태였다. 정부는 범죄자 추적 게임의 형태를 띤 대중오락과 전국에 수배전단지를 붙이고 임시반상회까지 개최하는 통제 전략을 왔다갔다했던 셈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를 통해 우연찮게 국정원이 튀어나온 것이다. 국가정보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정원은 국가 기밀의 보안과 국가 안보에 관련된 범죄수사를 관장하는 중앙 행정 기관으로 군부 통치의 핵심에 있었던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의 후신이다. 세월호와 관련해서는 국정원이 사고 직전까지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던 주인공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3년 대통령 선거에 국가정보원이 개입했던 정황이 드러났고 이는 국정원 댓글 사건정도로 명명되면서 축소, 은폐되어 왔다.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국정원 문제는 휩쓸려 가버렸고 궁지에 몰렸던 국정원과 현 정권은 회생할 수 있었다(적어도 국정원 문제로 궁지에 몰리는 형국은 벗어날 수 있었다).

세월호에 관련된 보도 홍수 속에서 필자가 세 번째와 네 번째 국면, 이 두 가지에 주목하는 까닭이 있다. 세월호에 대해 초기부터 터져 나왔던 일반적인 진단 그러니까 신자유주의 사회의 민낯이라든가 국가와 정부의 역할에 대한 의문은 수정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의문은 보다 치밀하고 전복적으로 제시되어야만 세월호 사태와 부합한다.

한국 사회의 민낯이라고 진단하기에는 정부가 고의적으로 구조하지 않았던 정황까지 겹쳐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고 이에 따라 국가의 역할, 나아가 국가의 정체에 대한 질문이 전복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현 정부의 통치성과도 겹쳐있는 문제다. 사태의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 진단이 확실해질 수는 없다. 세월호 사고가 촉발하는 모든 사회정치적인 진단은 바다 속에 가라앉은 진실과 계속 간섭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

 

2. 그래서 던져지는 물음, 국가란?: 국가의 기능인가, 국가의 정체인가

 

3. 애도1: 세월호에 대해

 

4. 애도2: 세월호라는 절박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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