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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논문
 
작성일 : 14-12-29 11:18
우파적 감성과의 사상사적 대결: 오에 겐자부로의 “세븐틴”과 후지타 쇼조의 ‘불량소년’에게 길을 묻다
 글쓴이 : 심아정
조회 : 2,681  

진보평론 62(2014년 겨울)  일반논문

   


   

심아정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 강사/ 수유너머N 연구원

 

 

문제의식의 소재(所在)


본 논문은 현대일본의 정치무대에 새롭게 등장한 넷우익,재일 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이하 재특회)을 비롯한 행동하는 보수세력들을 분석하기 위한 하나의 사상사(思想史)적인 참조점을 찾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인터넷상에서 복류(伏流)로 존재해왔던 우파적 감성을 지닌 이들 세력이 2001년 출범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집권기 이후로 일상과 정치의 표층으로, 그리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며 가시화되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기성 보수우익세력과의 차별화극단적 국가주의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전후의 우익을 많이 닮아있으면서도, 천황에 대한 인식은 기존 우익의 내러티브를 공유하지 않는 특징을 갖는다.

본 논문에서 사용하는 감성이라는 용어는 사물을 감각하는 방식으로 규정하기로 한다. ‘특정시기의 일본인들이 지녔던 감성을 객체화해서 자각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겠지만, 인간의 감성이 역사를 초월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온 것이라고 전제한다면 가능하다. 이미 맑스는 경제학-철학 수고"의 세 번째 초고에서 오감의 형성은 지금까지의 세계사 전체의 노동이라고 표현하면서 적어도 인간에게 의미를 갖는 여러 감각은 역사적인 것임을 고찰한 바 있다. 이 글에서는 인간적 본질로서의 감성을 인간의 문화나 사회와 함께 형성되었다는 관점에서 다룰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감성이 언제나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조건하에 있는 것은 아니다. 맑스에 따르면 조야한 실제적 욕구에 사로잡힌 감각은 편협한 감각만을 지닌다고 한다. 광물 상인은 광물의 상업적 가치만을 볼 뿐, 광물의 아름다움이나 그 특유한 본성을 보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적 본질의 대상화는, 이론적 견지에서도 실천적 견지에서도, 인간의 감각들을 인간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도, 그리고 인간적이고 자연적인 존재의 부() 전체에 상응하는 인간적 감각을 창조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나카무라 유지로(中村雄二郎)는 이처럼 감성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하여 위에서 맑스가 언급한 물질적 궁핍으로 인한 감성의 둔화(鈍化) 이외에 감성의 타성화(惰性化) 혹은 불활성화가 인간이 물질을 감각하는 방식을 부분화, 형식화시킨다고 추가적으로 언급한다. 또한 이러한 감성의 부분화, 형식화는 제도에 의해서 만들어지며, 감성의 타성화라는 것은 다름 아닌 감성의 제도화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일본인들의 감성, 즉 그들이 사물을 감각하는 방식 또한 그들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제도화 혹은 타성화되어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으리라는 가정이 본고(本稿)의 문제의식의 매듭을 풀어나가는 데에 있어서 유효한 방법론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상사적인 접근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가? 마루야마 마사오는 사상사의 사유방식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사상사가(思想史家)의 작업을 음악 연주가의 재현 예술에 비유한다. 음악은 악보를 마주해도 거기에서 감흥을 얻을 수는 없으므로, 연주를 통하지 않으면 그 예술적인 의미를 보여줄 수 없다. 연주자가 기본적으로 악보의 제약을 받는 것처럼 사상사의 연구도 자료에 의한 객관적인 제약과 역사적인 대상으로부터의 구속을 받게 된다. 그러나 악보의 객관적인해석이라는 것이 사실상 있을 수 없으므로 연주가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책임에 의한 창조의 계기를 포함하게 되는 데, 마루야마는 이것을 가리켜 추창조(追創造)’라고 한다.

사상사의 작업도 이와 마찬가지로 역사에 자신이 구속을 당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역사(역사적 대상)에 대해 자신이 작용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변증법적인 긴장을 불러일으키면서 과거의 사상을 재현하게 되는데, 이는 사상사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과제이자, 재미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본 논문에서 일본의 사상사를 연구하는 태도는 곧 일본의 민족적 체험이나 정념, 심성 등을 잘 대자화(對自化) 하고 있는가의 문제와도 결부된다. 자신의 대립물이 부정계기로 나타나는 단계가 되어 그것이 제대로 대자화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 자신의 내부에 있는 정치적 감성에 대해서도 오롯이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는 어떻게 대결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전후에 등장한 일본의 우파에게 사상성이 결여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선은 우리가 분석하고 대결하려는 대상을 자율적인 정치적 주체로서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재특회를 한국의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와 같은 커뮤니티에 단순히 대입하는 식의 적용에는 여러 가지 한계와 문제점들이 있겠지만, 새로운 인터넷 집단으로 등장한 그들이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이제는 현실정치의 장()에 출현하게 됨에 따라, 그들의 행위와 언설에 대한 적절한 분석과 비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적절한 비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들을 대결할 가치가 있는 상대로서 규정하려는 연구자의 태도가 필요하다. 어떤 사상가의 사상을 금기시할 때 사상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으며, 이것은 신성시하는 것으로부터 사상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도리어 그들의 존재방식을 명확하게 밝힘으로써 비로소 그들의 사유와 태도에 대해 마주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지는 것이다. 전후 일본의 우익이 걸어온 행보 속에서 그들의 사상을 추출하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연구 태도와 관련하여 박가분은 일베에 대한 최근 세간의 반응을 조지 레이코프의 표현을 차용하여 일베는 생각하지 마라는 말로 요약한다. 그들이 많은 네티즌들의 프레임을 지배하고 있으며 그들 집단을 단순한 사회병리현상으로 취급한다면, 그들은 더 많은 사람들의 의식을 다양한 형태로 부지불식간에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경고한다. 오히려 일베는 생각하지 마라는 암묵적인 금기를 깨뜨려야 할 필요가 있으며, 그들이 공론장에 필요한 규범과 정당화 기제를 거부한다고 해서 비이성적이거나 불합리한 존재라고 말할 수만은 없음을 역설한다. 그들에게 도덕적, 윤리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그들 자신을 자유로운 존재로, 자율적인 사상에 입각한 존재로 간주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1장에서는 근대 일본의 메이지 초년기에 좌익과 우익이 출현하게 되는 오사카 사건의 국내외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우파 세력의 정치적 감성이 그 태동기에 어떤 식으로 세계와 일본을 인식했으며, 어떻게 자신들의 노선을 만들어 가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2장과 제3장에서는 그들의 정치적 감성들이 전전(戰前)과 전후(戰後)를 살아가는 일본인들에게 어떠한 양상으로 수렴되었는지, 우파적 감성을 지닌 소년들이 벌였던 특정한 사건들을 소환하여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와 후지타 쇼조(藤田省三)의 시각으로 분석할 것이다. 결론에서는 위의 논의들을 바탕으로 해서 지금-여기에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출현한 일본의 우파세력이 지닌 정치적 감성 그리고 그들의 정치적 태도와 대결하기 위한 참조점을 모색할 것이다.

 

- 계속


근대 일본의 좌우 양익의 기원, 오사카 사건

 

아사누마 사건과 세븐틴의 죽음: 부조리한 감성의 시대

 

전시 비행소년에게서 포착되는 불량정신의 찬란함: 후지타 쇼조에게 길을 묻다

 

결론을 대신하여: 현대 일본의 우파적 감성에 대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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