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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논문
 
작성일 : 15-03-23 18:36
한국 성소수자 운동과 제도화의 역설
 글쓴이 : 나영정
조회 : 2,492  


진보평론 63호(2015년 봄) 일반논문



한국 성소수자 운동과 제도화의 역설




나영정 ·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SOGI법연구회) 상임연구원






1. 들어가며

한국의 성소수자 운동은 스스로를 차별과 억압을 받는 집단으로 규정하고 차별과 억압에 대항하는 운동을 시작한지 20여년이 되었다. 이 운동에는 법이나 정책 등을 요구하는 소위 제도화를 위한 노력 또한 포함된다. 그동안 여성, 장애인, 이주민과 관련된 제도화 또한 활발히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운동진영의 일부는 법과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 참여하였고, 제도의 운영에도 참여하였다. 여성정책과 다문화정책(결혼이주여성과 한국가족을 대상으로 하는)에는 젠더와 섹슈얼리티 문제가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성소수자 운동은 이러한 여성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

역사적으로 시민권이 국가로부터 제한되거나 차별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집단을 소수자라고 할 수 있다. 공산주의자들처럼 국가로부터 적극적으로 시민임을 거부당한 존재도 있고, 장애인, 이주민, 미혼모, 한센인, HIV/AIDS 감염인, 청소년처럼 국가 정책으로부터 차별적인 대우를 받기도 한다. 혹은 개인이 대항할 수 없는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차별적 관행으로 인해 일상적인 수준에서 차별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한 최근에는 이러한 소수자집단에게 혐오표현이나 폭력을 행하는 집단이 생겨, 소수자집단이 피해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근대적인 범주의 정체성으로 형성된 집단 중에서 성소수자는 현재 아직제도 안에서 포섭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집단이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예방하고 시정할 국가의 책임이 명시되고는 있지만, 사실 성소수자 국민이 공식적으로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며, 이 인구를 담당하는 공식적인 부서나 담당자도 전무하고 예산으로 드러나지도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성소수자집단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인구로 인식되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성소수자에 대한 반대세력에게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즉 성소수자집단은 커밍아웃과 동시에 국가에 보호와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종교적이데올로기적으로 훈련된 정치화된 반대세력과도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젠더와 섹슈얼리티 분야의 제도화 과정에서 발생한 제도화의 역설에 대한 고민거리들은 이미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성소수자의 인권이 현재의 체제에서 승인되고, 규범으로 자리 잡기 위해, 즉 제도화를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그리고 제도화 과정에서 벌어지는 동화주의와 분할통치, 배제의 논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전략과 실천이 필요한가? 시민들 간의 합의와 윤리적 태도를 높여나가면서, 제도 이외에 자율적인 영역들을 어떻게 살려나갈 것인가? 동시에 이러한 질문이 가능하다. 근대 국가체제와 지금의 경제체제가 유지하려고 하는 가치와 질서는 무엇이고, 그것으로 인해 성소수자들은 어떠한 차별을 받고 있는가? ‘국민’, ‘시민’, ‘민주주의’, ‘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들이 실상 소수자와 타자를 배제하면서 작동한다는 역설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특히 우리는 젠더와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의제들이 제도화되는 과정을 통해서 성소수자 의제의 제도화가 왜 진행되지 않는지, 장벽의 실상은 어떠한지, 국가 등의 지배체제와 인권이 어떻게 충돌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한국의 성소수자들은 자신들이 누구인지 규명하며 스스로 집단의 정체와 욕구를 드러내고 있으며 또한 그렇게 하길 요구받고 있다. 군형법 등 동성애 처벌법 폐지와 차별금지법 등 인권관련법과 생활동반자, 동성결혼의 제도화 과정은 이 법의 폐지와 입법을 요구하는 당사자이기도 한 성소수자라는 인구를 규명하고 정식화하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성소수자는 이전과 다른 통치의 대상이자 시민권을 또 한번 변형시켜낸 집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 글은 2001년 시작된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법 제정 운동을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쟁점과 한국사회에서 젠더/섹슈얼리티가 법제도 속에서 다루어진 방식을 검토한다. 그럼으로써 앞으로 성소수자들이 시민권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점을 제기하고, 젠더/섹슈얼리티 제도화 과정에서 마주칠 역설을 통해서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연대성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고민들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2. 성소수자의 입법운동의 경험과 의미

이 장에서는 그동안 성소수자운동진영이 입법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했던 사례를 통해서 이 과정이 성소수자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국가인권위원회법: ‘성적지향을 최초로 명시

 

2) 성전환자성별변경특별법: 남겨진 복잡한 질문

 

3) 차별금지법: 찬반을 둘러싼 전쟁터

 

4)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최초의 입법기관 농성투쟁

 

5) 서울시민 인권헌장 파행과 성북구청의 예산 불용 사태: 인권 제도화의 현재

 

6) 군형법 동성애 처벌조항 폐지와 동성 간 파트너십 논의

 

3. 성소수자 제도화의 조건

이 장에서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존재가 어떻게 공적인 체계 속에서 드러나고, 성소수자가 시민으로서 인정받게 되는 법률과 살아가는데 필요하다고 느끼는 욕구를 반영한 정책들이 마련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성소수자의 시민적 권리를 어떠한 형식과 내용, 그리고 어떠한 전략으로 요구할 것인지를 조망하기 위해서 양성평등기본법 개정과정에서 드러난 양성평등 개념과 재생산권리에 대해 시민권의 관점에서 살펴보겠다.

 

1) 남녀동수제도 논의와 양성평등 담론에 담긴 한계

 

2) 성적 타자성이 시민권에 개입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3) 인구, 통치의 단위로서 성소수자의 불/가능성?

 

 

4. 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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